자소서에 쓰지 말아야 할 표현
문제는 그 표현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이 똑같이 쓴다는 것입니다. 같은 자리에 다른 것을 넣으면 그만큼 정보가 늘어납니다.
1. 시작하자마자 걸러지는 도입부
담당자는 한 사람의 자소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습니다. 첫 두세 문장으로 계속 읽을지를 정합니다. 그 자리에 아래 문장들이 있으면 나머지가 아무리 좋아도 훑고 지나갈 확률이 올라갑니다.
| 흔한 도입부 | 왜 문제인가 | 대신 쓸 것 |
|---|---|---|
|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밑에서 | 수십 년째 반복되는 문장입니다. 게다가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가족 정보 기재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지금의 일하는 방식을 만든 장면 하나로 바로 들어갑니다 |
|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 지원자를 구분해 주는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 구체적인 사건과 그때 한 선택 |
| 저는 어릴 적부터 ~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 관심은 누구나 있습니다. 관심을 확인하려고 무엇을 했는지가 정보입니다. | 그 관심으로 실제 한 일과 시점 |
| 명언이나 사자성어 인용 | 가장 값진 첫 두 문장을 남의 말로 채우게 됩니다. | 가장 구체적인 사실을 앞으로 당깁니다 |
| 귀사의 비전과 저의 목표가 일치하여 | 회사 소개를 옮긴 문장은 담당자가 더 잘 압니다. | 본인 이력 안에서 이 회사와 겹치는 지점 |
2. 아무 정보도 없는 추상어
자소서에서 가장 자주 쓰이면서 가장 쓸모없는 낱말들입니다. 공통점은 모든 지원자가 자신에게 해당한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 ·열정, 패기, 도전 정신, 성실함, 책임감
- ·소통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
- ·긍정적인 마인드, 적극적인 자세
- ·다양한 경험, 폭넓은 시야, 풍부한 경험
- ·최선을 다하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 낱말들을 아예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낱말 대신 그 낱말이 사실이라는 근거를 쓰라는 뜻입니다. “책임감이 강합니다”는 아무 정보가 없지만, “담당자가 중간에 빠진 3주 동안 인수인계 없이 주간 보고를 이어받아 마감까지 냈습니다”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합니다.
쓴 글에서 위 낱말들에 표시를 하고, 각각 뒤에 “그 근거가 무엇인가”를 물어보세요. 답이 없는 자리는 지워도 되는 자리입니다.
3. 과장된 각오와 다짐
마지막 문단에 몰려 있는 표현들입니다. 진심으로 쓴 문장이라도 읽는 쪽에서는 판단할 근거가 없어서 지나칩니다.
| 표현 | 문제 |
|---|---|
| 뼈를 묻겠습니다 / 평생을 바치겠습니다 |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읽힙니다. 요즘 채용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표현입니다. |
|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습니다 | 누구나 쓸 수 있어서 직무 이해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첫해에 익힐 것부터 구체적으로 쓰면 달라집니다. |
| 시켜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 지원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 모른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
| 저를 뽑지 않으면 후회하실 겁니다 | 강한 인상을 노린 문장인데, 근거가 앞에 없으면 무례하게만 남습니다. |
다짐 문단 전체가 통째로 빠져도 대개 글이 멀쩡합니다. 분량이 모자랄 때 채우는 자리로 쓰지 마시고, 넘칠 때 먼저 지우는 자리로 두시길 권합니다.
4. 자기 검열이 필요한 표현
정보량 문제가 아니라 위험 문제입니다. 아래는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전 직장이나 상사, 동료에 대한 부정적 평가 — 사실이더라도 갈등 소지가 있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 ·특정 성별·연령·지역·학교에 대한 일반화 — 한 문장이라도 치명적입니다
- ·확인 가능한 수치의 과장 — 면접에서 되묻는 항목이 대개 이 숫자들입니다
- ·타사 지원 현황이나 합격 여부 — 물어보지 않은 정보이고 협상 카드로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 ·건강 상태, 종교, 정치 성향 — 채용 절차에서 묻지 못하게 돼 있는 항목을 스스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학교명, 출신 지역, 가족 사항, 사진, 나이 등이 아예 기재 금지 항목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따로 점검이 필요합니다.
5. 글자수만 잡아먹는 군더더기
뜻은 문제없지만 분량 대비 효율이 나쁜 표현들입니다. 제한이 빠듯할 때 가장 먼저 정리할 대상입니다.
| 고치기 전 | 고친 뒤 |
|---|---|
| ~라고 생각합니다 | (삭제) |
| ~할 수 있었습니다 | ~했습니다 |
| ~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 ~했습니다 |
|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 ~했습니다 / ~였습니다 |
| 매우, 정말, 굉장히, 상당히 | (삭제하거나 숫자로 교체) |
이 정리만으로 900자짜리 글에서 100자 안팎이 빠집니다. 자세한 방법은 글자수를 줄이는 글에서 다룹니다.
점검하는 방법
다 쓴 뒤에 표현을 고치려면 어디를 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순서를 정해두면 빠릅니다.
첫째, 첫 두 문장만 따로 읽습니다. 위 1번에 해당하는 문장이면 교체합니다. 둘째, 2번 목록의 낱말을 찾아 각각 근거가 붙어 있는지 봅니다. 셋째, 마지막 문단을 통째로 지워보고 글이 이상해지는지 확인합니다. 대개 이상해지지 않습니다.
작업대에서 문항 카드를 나눠두면 고치기 전후의 글자수가 바로 보입니다. 표현을 정리하면서 몇 자가 빠지는지 확인해두면, 나중에 분량을 맞출 때 어디를 손댈지 정하기 쉽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지원동기 쓰려고 회사 조사하는 법홈페이지 인사말 말고 어디를 봐야 하는지, 30분 안에 끝내는 순서와 조사 내용을 녹이는 비율을 다룹니다.
- 쓸 경험이 없을 때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세는 기준이 좁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찾을 곳 다섯 군데와 작은 경험을 쓰는 법.
- 자소서 퇴고하는 법한 번에 다 보려 하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구조·문장·표현·사실 순서로 나눠 네 번 읽는 방법입니다.